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네 향으로 인해

작성자
김원웅
작성일
2020-07-17 19:28:57
조회
36
네 향으로 인해
 
뿌리까지 얼린 한겨울 냉기
타들어가는 한여름 불볕
참아 내길 마흔 해
 
한 번도 자리 탓하지 않고
한 번도 눕지 않고
한 번도 푸르름 잃지 않고
콘크리트 벽에 산소를 뿌렸다.
 
장미가 피던 날
한 마디 통고도 없이
톱날 온몸 파고들어
목숨 줄을 끊었다.

넌 그렇게 후미진
구석에 버려져
눈도 비도 맞으며
벌레는 네 몸을 탐했다.
 
삼년이 지난 여름날
만신창이 된 네 몸에
난 톱을 댔다.

네 몸 할퀴며
지나가는 자리마다
뿜어져 나오는 향
 
네 번 강산이 바뀌기까지
쌓아둔 서러운 원(怨)
향(香)으로 바꾸었다
잘리면서도
토하는 네 향으로 인해
난 무릎을 꿇었다.
널 스승으로 모시기로
 
 
** 통나무가 필요했습니다.
3년 전 아파트 정원에서 잘라 버린 향나무가 생각났습니다.
굳이 그 향나무를 낑낑거리며 교회 구석에 옮겨다 놨습니다.
3년 동안이나 눈비 맞으며 벌레도 먹고 다 썩은듯했습니다.
필요한 길이만큼 톱질을 했습니다.
톱날이 움직일 때마다 향내가 진동했습니다.
잘리면서 뿜어내는 멈추질 않는 향내에
무릎이 저절로 꿇어졌습니다.
잘리면서 내는 향.
누군가 날 공격하면 할수록,
돌을 던지면 던질수록
나도 더 진한 예수님의 향을 낼 수 있기를
간절히 기도 했습니다.
향나무는 원한(怨恨)을 향(香)으로 바꾸었습니다.
향나무를 자르며 스승을 하나 얻었습니다.
그 향나무를 곁에 계속 두려합니다.
 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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